현장에서 화재를 마주할 때, 불이 순식간에 거대한 화마로 번지는 모습을 보며 그 강력한 원동력이 무엇일지 고민해 본 적 있으신가요? 바로 ‘연쇄반응’이 그 핵심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연쇄반응이란 연소 시 발생하는 열과 화학 물질이 스스로 새로운 연소를 일으키며 지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늘은 연소의 4요소 중 연쇄반응 개념부터 억제까지 파헤치고,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1. 연쇄반응의 개념과 원리
연쇄반응을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도미노’와 같습니다.
첫 번째 도미노가 넘어지며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거대한 파동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연소 과정에서 연쇄반응은 ‘열’과 ‘활성 라디칼’이라는 화학종이 도미노 역할을 합니다.
물질이 타기 시작하면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은 주변의 미연소 가연물을 분해시켜 또 다른 탈 거리를 만듭니다(흡열/분해증발).
분해된 가연물은 공기 중의 산소와 혼합되고, 충분한 에너지가 주어지면 연소하며 더 많은 열과 함께 ‘활성 라디칼(Active Radicals)’을 생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열과 활성 라디칼의 일부가 다시 주변의 미연소 가연물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또 다른 연소를 일으키는 ‘되먹임(Feed-back)’ 현상이 바로 연쇄반응의 핵심입니다.
💡 알아두세요!
여기서 말하는 ‘활성 라디칼’이란 H*, OH*, O* 등 매우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큰 원자 또는 분자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연쇄반응의 ‘운반체’로서, 반응을 지속시키고 확산시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단순한 산화 반응과 ‘화재’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이 활성 라디칼이 관여하는 연쇄반응의 유무에 있습니다.
2. 연쇄반응 메커니즘
연쇄반응은 단순히 반응이 이어지는 것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이는 반응이 ‘전파’와 ‘분기’라는 두 가지 주요 단계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2.1. 전파 반응 (Propagation Reaction)
전파 반응은 활성 라디칼이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새로운 분자를 만들고, 동시에 또 다른 활성 라디칼을 생성하여 반응의 대를 잇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수산화 라디칼(OH*)이 수소 분자(H₂)와 반응하면 안정한 물(H₂O)과 함께 새로운 수소 라디칼(H*)을 만들어냅니다.
OH* + H₂ → H₂O + H*
이처럼 라디칼 하나가 소모되어 다른 라디칼 하나를 생성하므로, 반응의 숫자는 유지되며 꾸준히 지속됩니다.
2.2. 분기 반응 (Branching Reaction)
분기 반응은 화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인이 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하나의 활성 라디칼이 반응하여 두 개 이상의 새로운 활성 라디칼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H* + O₂ → OH* + O*
O* + H₂ → OH* + H*
위 반응처럼, 수소 라디칼(H*) 하나가 산소 분자(O₂)와 반응해 수산화 라디칼(OH*)과 산소 라디칼(O*)이라는 두 개의 활성 라디칼을 만듭니다.
이렇게 라디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연소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연쇄반응은 특정 온도와 압력, 농도 범위(연소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3. 연쇄반응 억제 (부촉매 소화)
그렇다면 이 강력한 연쇄반응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바로 ‘부촉매(Negative Catalyst) 효과’를 이용한 화학적 소화 방법이 해답입니다.
이는 연쇄반응의 주체인 활성 라디칼을 화학적으로 제거하여 반응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원리입니다.
소화약제가 화염 속에서 열분해되면서 활성 라디칼과 반응성이 높은 물질을 방출합니다.
이 물질들은 연쇄반응의 핵심인 H이나 OH 등의 활성 라디칼을 먼저 가로채어 상대적으로 안정한 물질로 바꿔버립니다.

이 과정을 ‘라디칼 포착(Radical Scavenging)’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연쇄반응을 이끌어갈 라디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반응에 필요한 활성화 에너지가 높아져 결국 연소는 멈추게 됩니다.
⚠️ 주의하세요!
부촉매 소화는 연소의 4요소 중 ‘화학적 연쇄반응’을 직접 차단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할로겐화합물, 분말 소화약제 등 특정 약제에만 해당하는 원리이며, 물을 이용한 냉각소화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질식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이라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4. 연쇄반응 억제를 활용하는 소화약제
부촉매 효과를 이용한 대표적인 소화약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약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라디칼을 제거하여 연쇄반응을 효과적으로 중단시킵니다.
소화약제 종류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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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 소화약제 | 제1인산암모늄(ABC분말), 탄산수소나트륨(BC분말) 등이 주성분입니다. 화염의 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물질이 활성 라디칼과 결합하여 연쇄반응을 억제합니다. |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 | 과거에는 할론(Halon)이 대표적이었으나 환경 문제로 규제되었고, 현재는 HFCs, FK-5-1-12 등의 청정소화약제가 사용됩니다. 약제 분자 내 할로겐 원소(F, Cl, Br)가 매우 효율적인 부촉매 작용을 합니다. |
강화액 소화약제 | 탄산칼륨(K₂CO₃) 등의 알칼리 금속염 수용액입니다. 주된 소화 효과는 냉각이지만,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칼륨(K)이 활성 라디칼과 반응하여 부촉매 효과도 나타냅니다. |
오늘은 화재의 성장을 주도하는 엔진, 연쇄반응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연쇄반응의 개념과 그 중심에 있는 활성 라디칼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왜 특정 소화약제를 사용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부촉매 효과를 이용한 화학적 소화는 현대 소방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므로 반드시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연쇄반응이나 소화약제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다음에도 현장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방재 지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