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화재를 마주할 때 우리는 거대한 불길과 연기에 압도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화재의 성장과 확산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 바로 ‘열전달’이라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열전달이란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이동 현상을 말하며, 모든 물질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을 전달하려는 자연적인 성질을 가집니다.
화재공학에서는 이 열전달 3요소를 전도(Conduction), 대류(Convection), 복사(Radiation)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화재 확산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방재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첫걸음입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 열전달의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알아보겠습니다. 😊

1. 전도 (Conduction): 접촉을 통해 전달되는 열
전도란 물질 내 분자들의 직접적인 충돌이나 진동을 통해 열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직접 닿았을 때 열이 이동하는 방식이죠. 즉 물질 자체가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화재 현장에서는 벽, 바닥, 문, 철골 구조물 등을 통해 열이 전달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화재실의 벽 한쪽이 가열되면, 그 열이 벽 전체로 퍼져나가 반대편 실의 가연물을 발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도를 통한 열전달률(열유속)은 다음의 푸리에 법칙(Fourier’s Law)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q̇ = k · (A/l) · (T₁ – T₂)
이 공식은 열이 얼마나 빠르고 많이 전달되는지를 나타내며, 각 변수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변수/상수 | 설명 | 단위 |
q̇ | 열전달률 (Heat Transfer Rate) | W (J/sec) |
k | 열전도율 (Thermal Conductivity) | W/m·K |
A | 단면적 (Cross-sectional Area) | m² |
l | 매질의 두께 (Thickness of the medium) | m |
T₁ – T₂ | 매질 양단의 온도차 (Temperature Difference) | K |
💡 알아두세요!
열전도율(k)은 물질마다 고유한 값으로, 이 값이 클수록 열이 더 잘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금속은 콘크리트나 목재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높아 화재 시 주요한 열전달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되기 전에는 열전도가 잘되는 물질이 화재발생 이후에는 열전도가 잘안되는 물질이 화재진압에 유리합니다.
2. 대류 (Convection): 유체의 움직임에 실려가는 열
대류는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기체, 액체)가 직접 움직이면서 열을 전달하는 현상입니다.
유체는 온도가 올라가면 밀도가 낮아져 위로 상승하고, 온도가 낮은 부분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순환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이 함께 이동하는 것입니다.
즉 물질 자체가 이동하면서 열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전도와 다른점 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대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화재 초기에 발생하는 뜨거운 가스와 연기는 대류 현상에 의해 상승하여 ‘파이어 플룸(Fire Plume)’이라는 거대한 화염 및 연기 기둥을 형성합니다.
이 플룸이 천장에 도달하면 뜨거운 가스층을 형성하며 수평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이로 인해 스프링클러 헤드가 작동하거나 화재가 다른 구획으로 급격히 번질 수 있습니다.
대류에 의한 열전달률은 뉴턴의 냉각 법칙(Newton’s Law of Cooling)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q̇ = h · A · (Tₛ – T∞)
각 변수의 의미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변수/상수 | 설명 | 단위 |
q̇ | 열전달률 (Heat Transfer Rate) | W (J/sec) |
h | 대류 열전달계수 (Convection Heat Transfer Coefficient) | W/m²·K |
A | 표면적 (Surface Area) | m² |
Tₛ – T∞ | 고체 표면과 주변 유체의 온도차 (Temperature Difference) | K |
💡 알아두세요!
대류 열전달계수(h)는 유체의 종류, 속도, 흐름의 형태(자연대류/강제대류) 등에 따라 달라지는 복잡한 값입니다.
하지만 공식에서 볼수 있드시 전도열전달 값에 전도길이를 곱해주면 대류열전달 값이 되므로 대류와 전도는 근본적으로 열전달 원리는 같습니다.
다만 물질 자체가 이동하면서 열을 전달하는가 움직이지 않는가의 차이입니다.
3. 복사 (Radiation): 공간을 뛰어넘는 열의 파동
복사는 열을 가진 모든 물체가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여 열을 전달하는 현상입니다.
전도나 대류와 달리, 열을 전달해 줄 매질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도 열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태양열이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복사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화재 시 복사열은 화재 확산의 가장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강한 화염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은 주변 가연물의 온도를 발화점 이상으로 상승시켜,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새로운 화재를 발생시킵니다.
특히, 실내 화재가 최성기에 이르렀을 때 발생하는 ‘플래시오버(Flashover)‘ 현상은 복사열이 실내 전체 가연물을 일순간에 발화시키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흑체(Blackbody)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는 스테판-볼츠만 법칙(Stefan-Boltzmann Law)으로 계산합니다.
q̇” = σ · T⁴
하지만 실제 물체는 흑체처럼 에너지를 완벽하게 방출하지 못하므로, 방사율(ε)을 적용합니다.
q̇” = ε · σ · T⁴
변수/상수 | 설명 | 단위 |
q̇” | 단위 면적당 열방출률 (Heat Flux) | W/m² |
ε | 방사율 (Emissivity) | – (0 ≤ ε ≤ 1) |
σ | 스테판-볼츠만 상수 | 5.67 x 10⁻⁸ W/m²·K⁴ |
T | 절대온도 (Absolute Temperature) | K |
⚠️ 주의하세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복사열이 절대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온도가 2배가 되면 복사열은 16배로 증가할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집니다.
4. 실전 예시: 물류창고 화재에서 나타나는 열전달
대형 물류창고의 한 구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상황에서 세 가지 열전달은 어떻게 화재를 키워나갈까요?
4.1. 초기 (전도, 대류)
발화 지점의 선반에 쌓인 박스에 불이 붙습니다. 불길은 박스와 직접 맞닿은 다른 박스로 ‘전도’를 통해 열을 전달하며 확산됩니다.
동시에 화재로 뜨거워진 공기와 연기는 ‘대류’ 현상으로 상승하여 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4.2. 성장기 (대류, 복사)
화세가 커지면서 강력한 파이어 플룸이 형성되고, ‘대류’에 의해 뜨거운 연기층이 천장 아래에 넓게 깔립니다.
이 연기층은 스프링클러 헤드를 작동시키는 동시에, 아래쪽 가연물에 ‘복사열’을 가해 표면 온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4.3. 최성기 (복사, 전도)
화염은 이제 창고 한 구역을 집어삼킬 듯 거대해졌습니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복사열’은 직접 불이 붙지 않은 멀리 떨어진 선반의 가연물까지 가열하여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붙입니다.
또한, 뜨거워진 건물 철골 H빔은 ‘전도’를 통해 열을 다른 구역으로 전달하며 구조적 붕괴 위험을 높이고 화재를 더욱 확산시키는 경로가 됩니다.
📌 알아두세요!
이처럼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전도, 대류, 복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화재를 키우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확산시킵니다.
마무리: 열전달 이해의 중요성
지금까지 화재의 3요소만큼이나 중요한 열전달의 세 가지 메커니즘, 전도, 대류, 복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각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열전달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화재 원인 조사, 피난 안전성 평가, 소방시설 설계 및 감리 등 모든 방재 실무의 기초 체력과도 같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실무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